움찔거리는 아기 영아연축일까? 세브란스 응급실과 외래 진료 다녀온 후기
5개월 아기가 반복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움찔거리는 증상을 보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후 외래 진료를 다녀왔어요. 영아연축이 의심 돼서 관련 카페에서 알게 된 것들과 해외의 영아연축 아기의 동영상을 보며 분석한 것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영아연축이 아닌 것 같다는 세브란스 교수님의 말씀을 듣기 전까지 3일의 시간은 정말 지옥 같았어요. 3일 밤낮 정보를 찾아다녔는데 정보를 하나씩 알게 될수록 저희 아기는 영아연축이 맞는 것 같았거든요. 그때의 제 심정을 표현하자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막막한 마음이 들었고, 왜 이런 일이 우리 아이에게 일어난 건지 생각하며 대상 없는 원망을 했어요. 그리고 현실부정을 하며 이 상황이 제발 꿈이길 바랐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듣기 전까지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제가 여러 사이트와 카페에서 찾아본 정보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증상을 봤을 때 영아연축인 것 같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소견상 영아연축이 아니었던 저희 아기의 증상을 공유해 아기가 영아연축일까 걱정하고 계시는 부모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아연축이란?
영아연축에 대해서 먼저 간단하고 쉽게 설명드려볼게요. 영아연축은 독특한 발작과 비정상적인 뇌파, 그리고 아기의 발달지연이나 퇴행이 발생하는 뇌전증 증후군이에요.
영아연축의 원인은 대뇌 피질과 뇌간 사이의 비정상적인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여기서 대뇌 피질은 기억, 집중, 사고, 언어 등의 중요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이고, 뇌간은 대뇌와 척수를 교통 하며 소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대뇌 피질과 뇌간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여러 원인으로 인한 뇌손상 발생, 대사 관련 문제, 결절성 경화증, 유전자 변이 등이 원인입니다.
진단은 뇌파검사를 통해 가능한데요, 뇌파 검사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진료를 먼저 본 후 의사 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예후는 원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게 좋지 않는편으로, 환아의 20~30% 다른 난치성 뇌전증으로 이행될 수 있습니다. 영아연축은 반복적인 경련으로 인해 뇌손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발달저하가 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아연축의 치료는 빠르게 경련을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경련이 멈춘 후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을 한다면 완전히 치료된 것으로 보고 있어요. 하지만 경련은 멈췄지만 뇌손상으로 인해 발달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후가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정상적인 발달까지 완전히 치료된 케이스도 볼 수 있어서 완전히 절망하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아연축이 의심되는 증상들과 아기 관찰하는 방법
영아연축은 보통 4~8개월에 많이 나타나요.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영아연축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 1~2초 동안 팔, 다리, 몸통 등의 불수의적 수축이 반복적으로 일어남
- 잠들기 전 후로 경련이 심해짐
- 피곤할 때 증상이 심해짐
- 경련할 때 눈이 한쪽으로 튕김
- 경련 후 아기가 놀란 표정을 지음
- 부모가 아기를 안아줘도 경련이 멈추지 않음
- 아기와 눈 맞춤이 잘 안 됨
-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퇴행이 일어남
- 경련이 매일 발생 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 혹은 백번 이상 경련을 함
- 졸릴 시간이 아닌데도 아기가 멍한 표정일 때가 많음
이러한 증상에 모두 해당 된다 하더라도 뇌파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경련양상을 볼 때 눈을 중심으로 살펴보기
먼저 실제 영아연축 아기의 영상을 보고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튜브에 infantile spasms라고 검색하면 영아연축 아기의 경련 영상이 많이 나옵니다. 하나하나 우리 아기와 비교해 보시면 어느 정도는 비슷한지 아닌지 감이 오실 것 같아요. 영상을 보면 영아연축 아기가 경련할 때 아기는 순간 적으로 다리와 팔, 몸통 등을 불수의적으로 펴거나 굽히는데, 1~2초 동안 경직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때 아기의 눈동자가 한쪽으로 튕기고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똑같은 연축이라고 하더라도 수축할 때 움직임이 각각 다른 경우가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팔, 다리를 보면서 움직임을 비교하는 것보다 눈을 비교하는 게 더 쉽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임상에서도 경련할 때 아기의 눈을 중요하게 본다고 해요. 따라서 아기가 경련할 때 한쪽으로 튕기는지, 아기가 놀란 표정인지 혹은 멍한 표정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세브란스 외래 진료 볼 때 교수님은 영상을 보여드리기도 전에 저희 아기 눈을 보시고는 영아연축이 아닌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영아연축인 아기의 눈은 평소에도 멍한 느낌이 드나 봐요. 그리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같은 영아연축으로 진단받았더라도 아기의 눈이 똘망똘망한 경우 예후가 좋다고 합니다.
또한 영아연축일 경우 눈 맞춤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니 수유할 때, 자기 전, 목욕할 때 아기와 눈 맞춤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여기서 조금 헷갈릴 수 있는 것은 아기가 4개월까지는 부모에게 관심이 많아서 눈 맞추며 상호작용 하는 것을 좋아하다가 아기가 5개월이 되면 부모보다 다른 것들에 더 관심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이제 막 5개월 정도 된 아기의 경우 부모와 눈 맞추며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조금 줄어드는 것은 정상입니다.
경련이 언제 가장 심한지 관찰하기
영아연축일 경우 아기가 자기 전, 잠에서 깬 후 경련이 심해집니다. 그리고 졸릴 때 특히 증상이 더 심해져요. 경련을 한 번 시작하면 반복적으로 수십 번 반복할 수 있고, 부모가 안아주더라도 경련이 멈추지 않습니다.
저희 아기의 경우에도 아기가 졸릴 때 증상이 가장 심했고, 한 번 경련을 시작하면 수 십 번을 하며 제가 안아줘도 경련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영아연축이 아닌 것 같다는 교수님의 소견이 있었으니 참고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기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영아연축이라면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지금까지는 정상적인 발달을 했더라도 경련을 하면 퇴행이 옵니다. 뒤집기를 했는데 못 하게 되거나, 배로 기어 다녀할 시기에 배밀이를 못 한다거나 하는 등의 아기의 발달 문제가 동반됩니다.
영아연축 증상으로 세브란스 응급실 내원
저희 아이 이야기를 공유해 드릴게요.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며칠 전 5개월이 된 아기가 몸을 움찔거리는 것을 발견했어요. 수면교육을 시작한 지 1주일 정도 되는 날이었는데 자라고 침대에 누여놨더니 몸을 계속 움찔거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너무나 부자연스럽게 반복적으로 움찔거리는 모습이 마치 틱 같기도 하고 발작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1분이 넘어가도록 움찔거리는 증상이 멈추지 않았고, 아기를 안아도 증상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아기가 잠에 들고 나서야 움찔거리는 행동이 멈췄고, 이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동네 소아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아기가 움찔거리는 영상 녹화 한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건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그것도 큰 대학병원으로 가라며 진료의뢰서를 써주셨습니다.
오후에 소아과를 다녀오니 3시쯤 됐었는데, 증상이 계속 나타나더라고요. 잘 시간이 다가오자 증상이 더욱 심해져 결국 신촌 세브란스 응급실로 갔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지만 세브란스 병원으로 간 이유는 영아연축 치료는 세브란스병원이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응급실 선생님께 아기가 움찔거리는 영상을 보여드렸더니 영아연축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왜냐하면 저희 아기는 터미타임을 하며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고개를 잘 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응급입원은 하지 않고 다른 이유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한 뒤 이틀 뒤로 외래를 잡고 집으로 왔어요.
만약 응급실에서 아이가 움찔거리는 증상이 있고 의사 선생님께서 영아연축이 의심된다고 하면 바로 입원해서 다음날 뇌파검사를 찍어준다고 합니다. 증상이 조금 애매하다 싶은 경우에는 최대한 빠른 날짜로 외래를 잡아줍니다.
영아연축 세브란스 외래 진료
최대한 외래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지만 한 시간 정도 대기가 있었어요. 저희는 혹시 몰라 진료실 앞에서 계속 기다렸는데 세 번째 순서 일 때 카톡으로 알림이 오니 그전까지 다른 곳에 있다가 알림이 오면 진료실 앞으로 가도 충분할 것 같아요. 교수님께 진료를 받기 전에 먼저 다른 선생님께 예진을 받게 되는데요, 다른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지가 있으면 보여드리고, 연축 동영상 찍은 것을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난 후 예진실 선생님께서 아이의 상태를 직접 체크해 주셨어요.
예진이 끝난 뒤 거의 바로 교수님께 진료를 받게 되는데 동영상을 보여드리면 교수님 소견이 어떤지 말씀해 주십니다. 저희 아기는 영아연축이 아닌 것 같다고 하셨고 뇌파 검사는 안 해도 될 것 같지만 부모가 너무 걱정되면 뇌파를 찍어 볼 수는 있다고 했어요. 그래도 저는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어서 뇌파 검사를 3주 뒤로 예약하고 왔어요. 뇌파검사도 예약이 많이 밀려 있더라고요. 그래도 교수님이 보시기에 영아연축이 의심된다면 바로 입원해서 뇌파검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 모르니 진료 가실 때 입원할 짐을 어느 정도 챙겨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영아연축이 의심된다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 응급실 혹은 외래진료?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재활의학과 등 과가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죠. 영아연축은 소아 신경과에서 진료가 가능해요. 외래 진료를 예약하고 싶다면 가고자 하는 병원의 소아청소년과에 들어가 소아 신경과 교수님 진료를 예약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영아연축은 신속하게 경련을 멈춰서 뇌손상을 막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아연축이 의심되는 증상이 보인다면 바로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응급실 갈 때는 소아 응급실이 따로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소아 응급실이 없는 곳으로 가면 진료가 어려울 수 있어요.
영아연축으로 인지도가 있는 병원은 세브란스 병원입니다. 신촌과 강남 모두 인지도가 높고, 돌고 돌아 결국 세브란스로 가서 경련이 멈췄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그만큼 진료 예약이 꽉 차있고, 영아연축으로 인지도 있는 교수님께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보통 한 달은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세브란스 응급실을 통해 간다면 가장 빠르게 진료 볼 수 있는 교수님께 진료 예약을 해줘서 그나마 2~3일 내에 진료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도 영아연축으로 인지도 있는 교수님께 진료 예약은 불가능합니다.
소아연축은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으로 갔다가 후에 다시 세브란스로 전원을 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런데 세브란스에서는 타 병원에서 뇌파 검사를 했더라도 보통은 다시 뇌파 검사를 한다고 하니, 이 점은 생각해 보시고 부모가 세브란스로 바로 갈지, 다른 병원에서 빠르게 진단을 받을지 결정하면 되겠습니다. 저는 아기가 너무 어려서 뇌파 검사를 여러 번 받는 게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 바로 세브란스로 갔습니다.
진료 볼 때 아기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
제가 의사 선생님께 질문받았던 것을 공유할게요.
- 아기의 발달이 어느 정도까지 됐는지 (뒤집기, 배밀이, 혼자 앉기 등등)
- 경련이 언제 가장 심한지
- 하루에 경련은 총 몇 번 하는지
- 언제 경련을 하는지(자기 전, 잠에서 깬 후, 놀 때 등등)
- 언제부터 경련이 시작됐는지
- 경련 영상 찍은 거 있으면 보여달라고 함
아기 경련 영상 찍을 때는 정면에서 아기가 다 나오게 촬영하기
진료 볼 때 아기가 경련하는 영상을 미리 준비해 의사 선생님께 보여드리면 정확한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영상을 찍을 때는 아기의 모습이 다 나오게 찍고, 눈이 잘 보이도록 정면에서 찍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시간대가 다른 세 개 정도의 영상을 촬영합니다. 영상길이는 경련 시작부터 멈출 때까지 찍어두면 좋지만 실제로 의사 선생님께서 영상을 보는 시간은 매우 짧더라고요. 다른 교수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세브란스에서 영아연축으로 가장 인지도 있는 교수님께 진료를 봤는데, 두 개의 다른 영상을 보셨고 영상을 본 시간은 10초 내외였습니다. 그러니 촬영해 둔 영상이 길다면 가장 영아연축이 의심되는 구간을 보여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곳의 시간을 기억해 두고 진료 전 핸드폰을 켜면 바로 그 부분이 재생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요즘은 영상편집이 간단해져서 영상 편집이 가능하다면 영상을 편집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움찔거리는 증상이 영아연축이 아니라면 다른 의심되는 질환은?
저희 아기는 영아연축이 아니라는 소아 신경과 교수님의 소견을 들었지만 그래도 움찔거리는 증상이 계속 있어서 걱정이 계속되더라고요. 움찔거리는 증상은 영아연축 외에 모로반사, 수면근간대, 영아 근간대, 위식도 역류 샌디퍼 증후군, 영아 산통 콜릭, 쉬버링 쉬버 어택 전율 몸서리 발작, 머리 떨굼, 영아 자위 자기만족 행동 등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열된 움직임 외에도 이름을 붙이지 못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고 해요. 찾아보니 신경 미숙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세브란스에서 외래 진료를 볼 때 교수님도 하시는 말씀이 '원래 돌 전 아기들은 몸이 미숙해서 여러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영아연축이 아니라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진다고 합니다. 이에 관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면 유튜브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운영 중인 닥터예 TV를 검색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이 채널에서 영아연축이 의심되는 아기의 영상을 채널에 공지된 이메일로 보내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직접 답변을 해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아기는 수유 후 계속 역류하는 것을 봐서는 위식도 역류와 관련된 문제 일 것 같은데 정확한 것은 더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저희 아기의 움찔거리는 원인이 밝혀진다면 내용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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