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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모자동실 하는 것이 좋을까?

푸루낭 2024. 9. 29.

한국의 출산 문화는 일반적으로 엄마와 아기가 24시간 함께 있는 문화가 아니다. 대부분의 아기는 출산 후 병원에서 바로 신생아실로 옮겨져 엄마와 오랜 시간 함께 있지 못한다.조리원에서도 모자동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조리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의 일반적인 출산 문화를 따르기 전에 나는 정말 어떻게 하고 싶은지 한 번 깊게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24시간 모자동실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된다면 우선 24시간 모자동실 가능한 곳으로 출산 병원과 조리원을 정하고 하루 경험해 본 뒤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보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자

아기를 키우며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 여러 육아서적을 읽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공부하며 느낀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다가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지금까지 국민템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사는 장난감을 따라 샀다. 그 장난감은 모든 집에 하나씩 있을 법한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장난감은 내가 아기를 키우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장난감이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한국의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기고 엄마는 병실이나 조리원에서 쉬는데, 과연 이게 나한테도 맞는 방식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여러 선택지를 알고 선택할 기회는 있어야 한다. 

나는 출산 병원에서는 24시간 모자동실을 못 했다. 아기는 태어나고 바로 신생아실로 옮겨졌고, 모유도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만 직수를 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아기도 하루에 한 번 유리창 너머로만 볼 수 있었다. 내가 낳은 아기인데 이렇게 못 보는 것이 맞나 반발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병원에서 퇴원 후 내가 간 조리원은 24시간 모자동실을 권장하는 곳이었고, 늦게나마 24시간 모자동실에 대해 알게 된 나는 하루종일 아기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힘들지만 행복했다. 출산 후 힘들어도 아기와 함께 있고 싶은지, 아니면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기고 온전히 몸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은지는 엄마의 선택이다. 엄마의 출산 후 몸 상태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산 전에 24시간 모자동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 가지 길만 알고 그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길을 알고 비교해 본 후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책임도 오롯이 감당가능하다. 내가 자는 시간, 노는 시간 줄여가며 육아 공부에 전념하는 이유이다.

24시간 모자동실의 좋은 점

아기가 느끼는 안정감

아기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엄마의 자궁 속에 편하게 있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낯선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아기에게 그나마 익숙한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10달 동안 들었던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는 모든 것이 낯선 세상에 그나마 익숙한 것들이 아기에게 안정감을 줄 것이다. 특히 아기가 태어난 직후 2시간에 신체접촉을 하는 것이 모아애착을 형성하는데 좋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캥거루케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캥거루케어는 아기와 산모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한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면 아기의 울음에 바로 반응해 줄 수 있다. 이렇게 아기의 울음에 바로 반응해 주는 것은 아기가 엄마를 신뢰하는데 도움을 준다. 

수월한 모유수유

모유수유를 하고 싶다면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며 초기에 아기와 수유량을 맞추는 것이 좋다. 아기에게 직접 먹이지 않고 유축해서 먹이면 아기와 양을 맞추기 어렵다. 아기보다 양이 적어지면 다시 양을 늘리기가 쉽지 않고 분유를 계속 먹이게 된다. 완모, 혼합, 완분을 다 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혼합수유가 가장 힘들었다. 아기보다 양이 많아져도 가슴울혈이 생기는 등 힘든 것들이 많다. 그러니 처음부터 직수를 하며 아기와 양을 맞추는 것이 모유수유를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는 출산 후 병원에서는 하루에 한 번 직수를 했고 조리원에서는 내가 자는 시간 외에 계속 직수를 했다. 그랬더니 조리원에서 나올 때쯤은 아기와 양이 거의 맞춰져 있었다.  

엄마의 우울감을 줄여준다

아기를 낳고 많은 엄마들이 우울감을 느낀다. 그 이유는 임신 중 높아진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과 같은 호르몬이 분만 후 낮아지게 된다. 또한 아기가 태어난 큰 변화에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가 아기와 함께 있으면 엄마의 우울감이 낮아진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나도 이 연구결과를 보며 내가 조리원에 있을 때 밤에 아기를 신생아실에 보내고 한참 울다가 다시 아기를 데려온 날이 기억이 났다. 아기에 대한 미안함, 책임감, 애틋함 등과 같은 감정들이 섞여서 우울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아기와 같이 있으니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다. 사실 수유하고 피곤해서 자느라고 우울함을 느낄 시간도 없었지만 말이다. 

24시간 모자동실 하다가 그만둔 이야기

나는 조리원에서부터 24시간 모자동실을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리원 생활 2주 동안 대부분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는 아기와 같이 있었고, 3일 동안은 새벽에도 아기랑 같이 잤다. 아기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컸고, 새벽에도 환하게 불이 켜진 신생아실에 아기를 맡기는 게 왠지 모르게 아기에게 미안했다. 아기는 낮이고 밤이고 1시간 30분 간격으로 배고프다고 울었다. 수유간격이 1시간 30분이면 1시간 30분을 잘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신생아는 아직 빠는 힘이 약해서 30분 이상 수유를 하게 된다. 그리고 잘 게우는 아기라면 20분 정도는 트림도 시키고 몸을 세워줘야 역류하지 않는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신생아의 용쓰기이다. 분명 자고 있는데 계속 끙끙거리면서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기가 용쓰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편한 것이 있을 때 용을 쓰는데 우리 아기 같은 경우 배고프거나 역류로 인해 속이 안 좋을 때 용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아기의 용쓰기를 무시하며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엄마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새벽에 엄마는 자꾸 깨고 그러다 보면 30분 잤는데 다시 수유시간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새벽에 정말이지 잠을 못 잔다. 이렇게 3일 꼬박 새벽수유를 했다. 출산 후 몸을 잘 회복하려면 잠도 잘 자야 하는데 몸에 점점 한계가 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 내가 자는 시간 동안은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겼고, 나는 낮에 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아기를 돌볼 수 있었다. 물론 새벽에 한 번 일어나서 유축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유 양이 줄고,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유방울혈 때문에 아플 수 있다.

24시간 모자동실을 할 때 아기를 같이 봐줄 사람이 있는지 

엄마가 자는 시간에는 신생아실에 맡긴다 해도 엄마가 아기를 혼자 온종일 보는 것은 어렵다. 하루종일 엄마와 아기가 같이 있으려면 배우자든 부모님이든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엄마는 출산 후 몸이 아직 회복 중이고, 사실 스스로의 몸 돌보는 것조차 버겁다. 출산 후의 몸으로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것만으로도 엄마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 이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것 외에 기저귀를 갈거나, 우는 아기를 달래는 등과 같은 일은 모두 남편이 도맡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쉴 시간이 조금 생겨서 아기와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 있었다. 만약 나 혼자 아기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나도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겨 놓고 하루에 한두 번 모자동실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며

나는 24시간 모자동실을 꼭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겨 놓고 산모는 회복에 집중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만약 24시간 모자동실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면 우선 24시간 모자동실 가능한 병원과 조리원으로 가서 하루 경험해 보고 다시 생각해 봐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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